토성인 - 촌티나는 사람

토성인은 기본적으로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데, 다른 말로 하면 촌티가 납니다. 새롭지도, 화려하지도, 파격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뭔지 모를 감칠맛이 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노래로 치면 구수한 트로트에 해당합니다. 트로트는 노인네나 부르고 듣는 노래로 여겨지고, 가사도 한마디로 촌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게 정말 언제 들어도 피곤하지 않은 노래이고, 촌스러운 그런 이야기들이 사실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진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영화 배우로서는 송강호가 하는 역들 가운데 토성인들이 많습니다. 변호인은 가장 토성인의 특징을 잘 볼수 있는 역입니다. 

 

여기 보이는 모든 인물들은 전형적인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 즉 토성인이다. 

 

변호인의 모습은 새련됨과는 거리가 멀고, 국밥 한그릇 얼른 먹고 들어가 야근을 하는 지극히 평범한 모습입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인물이고, 정말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다 보면 다들 저렇게 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토성인은 인간의 표준입니다. 변호인의 포스터에 나온 모든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가난에 익숙하고, 인정에 약하고, 통속적인 상식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변호인이 감동을 주는 것은 상식에 대한 믿음을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변호인은 평범한 민초의 편이지 권력의 잔인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변호인은 국가의 비전을 논하지 않고, 그렇다고 국가의 전복을 노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행복을 호소할 뿐입니다. 

토성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너무나 흔한 일상의 모습이 연출되기 때문에 긴장감이나 스릴은 없습니다. 그 대신에 구수한 재미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많이 보게 되면, 숨막히게 하는 상황 설정이나 신경을 거슬릴 정도로 튀는 영화들은 피곤해지고, 연속극처럼 뻔한 인물들이 나와서 감칠맛을 내는 이야기에 더 끌리게 됩니다. 극적인 클라이막스와 파국은 두 번 세 번 보면 식상해지지만, 감칠맛은 언제 봐도 새롭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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