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 스캔들”(2008, 강형철)이 주는 감동은, 당연하기 그지 없는 가족애, 혈연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는 데서 옵니다. 

갑자기 등장한 10대 소녀와 어린 아이. 36세의 차태현(남현수 역)은 전혀 기억이 없는데 자신의 딸과 손자라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당황하는 철없는 아빠 차태현은 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쓰지만, 차츰 딸과 손자에게 교감을 느끼고 이들과의 삶에서 행복을 찾게 됩니다. 

관객들이 갈채를 보내는 것은, 차태현처럼 책임감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을 것 같은 존재가 자녀에 대한 사랑을 깨달아가고 가부장적인 역할을 받아 들이는 과정이 의외이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이 차태현을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겉으로는 그래도 실제로는 당연한 의무를 달게 받아 들이기 때문입니다. 딸과 동침을 한 것으로 오해받기 좋은 상황에서 차태현의 당황하는 모습은 그 쓰레기 같은 인간도 인륜은 따른다는 진리를 확인시켜 주면서 관객을 안심시킵니다. (돈내고 막장 드라마 보고 기분 더러워질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영화가 불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상식대로 움직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생각보다 괜찮은 사내 차태현을 만나게 됩니다. 토의 캐릭터는 사회와 가정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토의 캐릭터가 감동을 주는 것은 무거운 의무를 묵묵히 짊어지고 좌절하지 않는 안정감과 든든함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