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로 보는 다섯 가지 인간형 by 행복리뷰
수성인 - 사기극 혹은 두뇌 플래이
영화에서 수성인의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 분야는 사기극입니다. 대표적인 영화는 최동훈의 두 편의 영화 “타짜”와 “범죄의 재구성”이고, 잘 알려진 외국 영화로 “스팅”을 들 수 있습니다.
사기극은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머리를 쓰면서 속고 속이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그래서 사기극은 수성인으로 가득합니다. 수성인은 꾀가 많은 사람으로 비쳐지고, 사건의 전개를 유발하고 정보의 소통을 담당합니다.
타짜의 정마담(김혜수)은 두뇌형 인물로서, 매사를 꾀로 해쳐나갑니다. 그러나 일이 꼬이면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집니다. 그리고 지적인 색시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정의나 의리보다는 꾀에 능합니다. 그리고 결코 한 군데 머물지 않고 흐릅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일 처리도 그렇습니다. 미련도 없고, 과거는 과거, 미래는 미래입니다. 그러면서 사건을 꾸미고 일을 꼬아 놓습니다. 직접적으로 행위를 하기도 하지만, 관계와 맥락을 활용하고 사람과 때를 이용하는 것이 장기입니다. 천성적으로 원한이나 트라우마 따위는 없습니다다. 그냥 흐름 속에서 그때그때 전략적으로 행동합니다.
같은 감독의 작품 “범죄의 재구성”(2004, 최동훈)의 여주인공 서인경(염정아 분) 역시 수성인 캐릭터입니다. 아마 최동훈 감독은 수성인으로 인물들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염정아는 머리는 쓰기는 쓰는데 머리가 좋은 수성인이 아닙니다. (수성인이라고 다 머리가 좋은 게 아닙니다.) 그녀는 머리가 나빠 웃음거리가 되는 수성인의 코믹한 면이 강조됐습니다. 타짜의 정마담과 비교할 때, 같은 점은 머리를 쓴다는 것, 다른 점은 머리가 나쁘다는 것.
염정아가 하는 말들은 엉뚱하기만 합니다. 이유는 그때 그때 반응해야 할 정서가 작동을 하지 않고 뇌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깊이나 정신연령은 초딩이 수준이고, 그야말로 눈으로 보고 머리로만 생각하고 반응을 합니다. 수성인들이 가진 쿨한 분위기는 감정 이입이 없기 때문에 시원스럽고 단순 명료합니다.하지만 문제는 머리 돌아가는 게 다 보인다는 것입니다.
두 개의 포스터에서 두 여자가 모두 머리에 손을 대고 있는 모습은 우연의 일치 치고는 재미있습니다. 두 인물 모두 두뇌 플레이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