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책의 그릇은 입신양명의 의지와 직장운이 담겨 있는 곳입니다. 원래, 직장에 들어가거나 기관에 소속됐을 때 비로소 직책이라는 것이 생깁니다. 직장에 들어간다는 것은 곧 개인적인 공간으로 부터 벗어나 사회적 공간으로 진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큰 물에서 논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입신양명의 두 얼굴

직책의 그릇을 볼 때 두 가지를 보는데, 하나는 사회적으로 잘 나가게 될 지 여부, 두 번째는 책임감은 투철한지 여부입니다. 이유는, 내가 직책을 얻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이면서, 동시에 책임과 의무를 같이 짊어지기 때문입니다. 전자에 방점을 찍는다면 권력이 되고, 후자에 방점을 찍는다면 자기 희생이 됩니다. 직책의 그릇에는 권력과 자기 희생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키워드가 인과응보처럼 뗄 수 없는 관계로 짝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직책의 그릇이 크면 입신양명을 하여 사회적으로 잘 나가고 큰 물에서 놀 것이라고 보면서, 동시에 평소 행동이 위축돼 있고 스트레스가 많겠다고 두 가지를 동시에 이야기하게 됩니다.

직장운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다면 우선적으로 직책의 그릇을 보게 됩니다. 조직은 전투력도 중요하지만 조직에서 팀웍을 이루고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덕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벼슬길이 곧 성공이었던 과거의 텍스트에서는 직책의 그릇을 중심으로 인간의 됨됨이를 판단했습니다. 직책의 그릇이 건실해야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면서 그것을 낙으로 삼으며 솔선수범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욕망보다는 국가와 조직 그리고 공공의 이익을 우선 생각하고,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이타주의"와 "극기"가 있어야만 나라와 백성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자본이 지배하는 현재는 그런 덕목이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착취의 코드로 악용되기 때문에 그다지 반가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현대적 의미에서는 직책의 그릇을 통해 직장운을 보게 됩니다. 직책의 그릇을 통해 내가 소속된 곳이 있는지 여부를 보게 되며, 게다가 크기까지하다면 버젓한 직장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을 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제휴처나 납품처로서 국가 기관이나 대기업같이 큰 조직과 함께 사업을 하는 것이 됩니다. 

과로와 노이로제

한 편 직책의 그릇은 나의 자유와 건강을 제약하는 불가항력적인 위협으로서 나의 인생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직책의 그릇이 지나치게 클 때는 어딘지 모르게 행동에 제약을 느끼고 건강도 안 좋은 모습을 보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자학이나 자책감을 느끼고, 혹시 누가 뭐라고 할 까봐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틀에 박히고 고루한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항상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고 있는 듯한 노이로제도 이와 관련된 것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남자들이 군대가서 겪는 스트레스와 같은데, 군기가 센 부대에 배치받은 신병들의 상황이 바로 그것입니다. 

직책과 재능의 그릇의 균형

직책의 그릇이 커서 스트레스가 심한 구조가 된다면 이때는 재능의 그릇이 균형을 잡아 주는지 여부를 봐야 합니다. 재능의 그릇은 자신이 능력을 믿고 재능을 펼치는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인데, 과도한 직책의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는 요소입니다.

남편운

직책의 그릇은 여자에게 있어서는 직장이면서 동시에 남편에 대한 암시도 들어 있습니다. 여자가 혼인을 하여 출가하면 새로운 소속이 생기게 되는데, 그게 바로 남편이 있는 새로운 환경입니다. 소속이 생긴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는 직책을 얻는 것이고, 가정사에서는 남편과 아내로서의 역할을 정하는 것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