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콘트롤하는 것은 결국은 돈입니다. 재물형을 이야기할 때 모든 것은 돈으로 수렴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비단 재물형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국가와 기업과 가계가 돈의 매카니즘에 돌아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데, 결론은 현실은 곧 돈이라는 의미입니다. 

 "돈의 맛"(임상수, 2012)은 돈이 콘트롤하는 현실에서 마음과 정신은 얼마나 무기력하고 왜소한 것인지를 알려 줍니다. 

이 영화에서 돈에 대해 새삼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돈을 가진 사람이 돈 없는 사람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비웃는지에 대해 진짜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보여줍니다. 실제 돈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의 어법과 생각하는 방식을 많이 취재한 것 같습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도덕성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단지 그런 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패턴이 있다는 것입니다. 

재물형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돈을 가진 사람의 부류입니다. 돈을 많이 벌게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그 부류라는 의미입니다. 사람에 대해서는 애정이나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는 경우 보다는, 그 사람의 실질적인 용도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과 돈은 동등한 교환 가치가 있음을 일찌기 깨닫습니다. 심하면 오로지 돈만을 안다는 소리를 듣는데, 그것은 돈을 쓸 줄 모르는 구두쇠라는 뜻보다는 모든 것을 돈과 결부하여 해결하는데 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재물형은 섹스에 대해서도 감정이나 사랑보다는 물질적 이해관계에 주목합니다. 즉, 섹스조차도 재물과 교환 가치가 성립된다는 것입니다. 돈때문에 결혼했다는 말은 농담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섹스는 재산 문제가 됩니다. "하녀"는 섹스와 돈의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그려진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전도연이 집 주인 남자의 애를 가지게 된 후, 그 집 식구들이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고 달려 드는지를 보여줍니다. 남자가 하녀를 건드려 애를 배게 했는데, 그 사건은 애정 문제, 감정 문제나 부부간의 배신의 문제로 비화되지 않고, 오로지 재산권 문제로 바뀌고, 즉각적인 사후 처리에 들어갑니다. 그것은 재산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합리적이고 현명한 최선의 대책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거기서 애정, 감정, 부부애 따위를 이야기한다면 애도 아니고, 참으로 분위기 파악 못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