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형 - 원칙주의자

직책의 그릇이 큰 관료형은 원칙주의자입니다. 

원칙주의자는 개인적인 욕망과 이익보다는 사회에서 정한 원칙을 우선시하므로, 사회나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을 지닌 사람입니다. 원칙이 없을 때는 국가도, 사회도, 가정도 무너집니다. 원칙주의자는 의무감이 강한 모범생이고, 정의를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합니다. 

원칙이라는 것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원칙주의자의 장점과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원칙은 본질적으로 최상위 권력이 정합니다. 권력은 구성원들을 옥죄고 콘트롤하는 힘인데, 그 방법은 바로 원칙을 강제하는 것입니다. 원칙은 곧 권력이면서 동시에 구속입니다. 원칙을 정하는 입장이라면 권력이지만, 원칙을 따르는 입장이라면 구속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원칙주의자의 삶이 어떠한 것인지를 짐작케 합니다. 우선은 권력 지향성입니다. 원칙을 쫓는다는 것은 원칙의 주체인 권력을 따르는 것입니다. 권력이 체계적으로 지배하는 공직사회, 군, 경찰은 원칙주의자가 선호하는 조직입니다. 공기업이나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원칙을 숭상하므로 그러한 조직의 패턴에 적응할 여지가 많습니다. 

두 번째로 자기희생, 혹은 극기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욕망을 버리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내린 명령은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수행합니다. 극기란 나를 극한다는 뜻인데, 직책의 그릇이 가진 원래의 뜻과 가장 가까운 단어입니다. 그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나에게 이익이 되던지 말던지, 책임을 완수했다는 것 자체가 최고의 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참으로 마음이 아픈 것은 권력은 본성상 부도덕하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가미가제나 할복 자살을 그냥 정신적인 가치로만 보려고 해도, 사자들이  목숨을 바친 권력의 최상위는 야욕을 위해 학살을 저지른 인간 말종들입니다. 그러니 그 죽음이 개죽음만도 못한 것이 됩니다. 기업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백혈병에 걸릴 정도로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시켜 놓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책임을 부인합니다. 이러한 권력의 배신은 비단 국가나 기업뿐만 아니라, 인간이 모이는 데는 예외 없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몸주고 뺨을 맞는 아이러니는 사실은 관료형들이 비근하게 겪는 불운입니다. 그것은 권력의 핵심이 돼도 겪고, 권력과 거리를 둬도 겪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특징입니다. 

 

직책의 그릇은 재능의 그릇으로 균형을 잡는다.

 

그래서 너무 과도한 원칙주의는 아이러니로 가득한 불운을 불러 옵니다. 이것을 막는 방법은 직책의 그릇과 상반된 위치에 있는 재능의 그릇이 균형을 잡아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쉽게 이야기한다면, 너무 조직 생활에 매몰되는 것보다는, 자신의 개성과 꿈을 되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차례

17 관료형 - 원칙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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