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형 - 이데올로기 문제

권위형 인생의 또 다른 문제는 이데올로기와 맹신입니다.

백지 위에 "나는 공산주의를 부정하고 전향한다"는 단 한 문장만 쓰면 해결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20~30년이 되도록 그 한 문장을 쓰지 않고 감옥살이를 하는 비전향 장기수들. 아마 이들을 쉽게 이해하기는 힘이 들겠지만 엄연한 사실이기에 놀랍기만 합니다. 2000년대 초 비전향 장기수로 남한에서 옥살이를 하던 사상범 일부를 북한으로 송환했던 일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송환”(김동원, 2003)은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 정도로 믿어지지 않는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전쟁 포로, 남파 공작원 등 다양한 신분으로 체포되어 사상 전향서 한 장만 쓰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을 바꾸지 않고 교도소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전향 장기수라고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비전향 장기수들은 모두 실재 인물들입니다.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단지 종이 한 장에 전향한다는 말만 한 마다 적으면 감옥에서 나가고 집도 주고 결혼도 시켜 줬다고 합니다. 그렇게 실제로 전향을 한 사람도 있지만 그러나 그것을 거부하고 모진 고문을 당하고 버틴 사람들도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고문에 못이겨 전향서 한 장 쓰고 석방된 사람들은 평생을 죄의식으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감옥에서 임종을 앞두고도 마지막 유언은 빨찌산으로 활동하던 그때 그 신념입니다. 

“당과 조국에 대한 임무를 마무리 못해 죄송히 생각합니다. 나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조국의 젊은이들이 승리해 줄것을 바랍니다. 끝까지 굳게굳게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최후까지 그날까지 나아가겠습니다.” (윤기남, 빨찌산 29년 복역)

여기서 조국은 북한이고 당은 노동당이며, 최후의 그날은 남한이 공산화되는 그날입니다. 30년 전의 신념이 전혀 변치 않는다는 것. 세월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 조직적으로 “전향하라”는 공작에도 굴하지 않는 것, 그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개개인이 순박하고도 평범한 모습들, 심지어는 어리숙해 보이는 모습들을 보면, 특별히 독하거나 강인한 정신력을 가져서 그런 것은 아닌 것어럼 보입니다. 그럼 무엇일까?

논리적으로만 따진다면 이념을 잃는 것보다는 고문을 받고 30년을 감옥에서 썩는 것이 더 낫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럼 도대체 이념이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그런 것일까?

이념의 문제는 E형에게는 간단치가 않습니다. 종교인이 순교를 하고, 사상가는 비전향 장기수의 삶을 사는 데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이 따르는 것은 개인적인 확신이나 소신이 아니라, 인간보다 높은 위치의 최고의 존재, 혹은 최고의 가치의 세계가 나에게 내린 소명입니다. 소명을 따르는 과정에서 일개 무식한 형사의 회유나 협박에 굴한다는 것은 수치와 굴욕으로서 차라리 죽는 게 더 낫습니다. E형에게 있어서 명예의 손상은 잠시 참으면 없어지는 수치와 굴욕의 수준을 넘어서서, 소명을 져버리는 커다란 사건인 것입니다. 

권위형이 가진 이해할 수 없는 고집의 이면에는 가치의 세계에 대한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 가치세계는 안타깝게도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기 때문에, 절대 증명할 수도 없는 것이고, 오로지 Yes아니면 No의 신념으로만 나타납니다. 그것을 공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칼로 자른 듯이 나뉘어집니다. “송환”에 대한 평가를 보면 그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평은 그야말로 극과 극입니다. 리뷰 사이트에서 관객들의 평가를 보면 10점 아니면 1점이으로서 “중간”이 없습니다. 이렇게 양분된 양상은 10점과 1점의 분포를 보더라도 뚜렷합니다. 

 

 

영화 평은 극과 극을 달리고, 점수를 주더라도 1점 아니면 10점이다. 중간이 없다. 사상의 문제는 이처럼 칼로 자른 듯 나뉘고 만다. - 네이버 영화 네트즌 평에서 캡처

 

물론 전향을 거부한 힘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감독은 영화에서 그것을 폭력 탓으로 진단합니다. 즉 폭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저항하는 힘이 강해져 전향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마 감독의 진단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즉 너무 강하게 강요를 하여 역효과만 내고 전향을 하지 않았다는 진단.

하지만 부드럽게 했다고 해서 전향을 했을까요?

비전향 장기수들은 결국 송환의 꿈을 이루고 “공화국”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그로부터 1년 후,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썩은 땅에서 살던 지난 수십년의 고통을 보상 받고도 남을 만큼 행복해하고 있습니. 그것은 인터뷰하는 얼굴이 드러나 있습니다. 그리고 고문에 못이겨 “전향”을 선택한 이들은 “전향서 무효”를 선언하고 북송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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