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살 패턴 - 베를린 천사의 시

"베를린 천사의 시"(빔 벤더스, 1987)에서는 천사들이 주인공입니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천사들은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을 내려다 보며, 번민에 빠진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고통을 당하게 된 사람에게 안식을 줍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고 생 자체는 비극이기 때문에 항상 연민의 마음으로 인간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천사 다미엘이 어느날 갑자기 천사의 지위와 불멸성을 포기하고, 유한하고 하잘 것 없는 인간의 삶을 살기로 합니다. 

 

 

화개살 패턴은 모든 영광과 영화를 땅속에 묻어 버린다고 하여 "화개(華盖 화려함을 덮다)"라는 용어를 씁니다. 사실 천사가 영생의 삶을 버리고 일개 인간으로 초라한 삶을 스스로 선택한 것은 화개살 패턴이 가진 가장 극적인 면모입니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은 하늘에서 하강하며 도시를 비추는 항공촬영 화면입니다. 화면은 흑백인 것으로 보아, 아마도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세상의 모습을 묘사했을 것입니다. 상당히 길게 이어지는 이 장면에서 관객은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다들 아웅다웅 다투며 목숨을 걸고 사는 세상이지만,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첫 장면은 사실상 화개살 패턴의 관점을 대표합니다. 

약간은 난해한 화개살 패턴이 가진 특징을 이해하려면 화개살 그룹을 구성하는 세 가지 패턴들을 알아 봐야 합니다.  

 

   

 

첫 번째 이미지는 새로운 시작, 개시를 의미하고, 두 번째 이미지는 우두머리로서의 지위, 그리고 세 번째 이미지는 돌아 보고 깨닫고 정리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새로운 시작이란, 거꾸로 생각하면 하던 것을 접는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던 것을 계속하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존의 것을 하루아침에 엎어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우두머리의 이미지는 최고의 전성기이자 완성의 단계입니다. 이 두 개의 이미지는 최고의 전성기와 새로운 시작이라는 모순된 개념이지만, 스토리로 이어 보면 박수칠때 떠나다, 영광을 뒤로 하고 다시 시작하다라는 순환의 패턴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미지는 깨달음의 이미지입니다. 이미 최고의 순간을 다 겪어서 알 것은 다 아는 상태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듯 인간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화개살 패턴을 대표한다는 이유는, 이미 겪을 것을 다 겪고 모든 것을 내려다 보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의 미련이 없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모든 것을 새롭게 느끼고,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시인, 철학자의 마음이 됩니다. 영화에서 Als das Kind Kind war... 로 낭독되는 시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줍니다. 갓난 아기의 입장에서 세상은 낯설고, 새롭고, 무엇 하나 익숙한 것이 없습니다.

 

...

아이가 아이였을 때 자신이 아이라는 걸 모르고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세상에 대한 주관도, 습관도 없었다

...

아이가 아이였을 때 질문의 연속이었다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닐까?
왜 난 여기에 있고
저기에는 없을까?
시간은 언제 시작되었고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태양 아래 살고 있는 것이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조각은 아닐까?
악마는 존재하는지, 악마인 사람이 정말 있는 것인지,
내가, 내가 되기 전에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나는 어떻게 나일까?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는
다만 나일 뿐인데 그것이 나일 수 있을까..

...

 

교양 철학 시간에 배우는 여러가지 주제들이 다 들어있습니다. 일(一)과 다(多)의 문제, 파스칼, 하이데거, 어거스틴이 유명한 질문들, 불교적인 우주관, 선악과 윤회 그리고 자아의 문제까지 한 줄로 다 엮어 놓은 철학시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린아이의 관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질문들입니다. 화개살 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은 이처럼 색다른 질문으로 가득한 어린아이와 같은 설레임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구가 별로 없이 고독을 즐기거나, 신나는 대중문화에 별로 재미를 못 느끼는 수도 있습니다. 고상해서라기 보다는 세상을 보는 호기심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천사의 관점일 수도 있습니다. 

다미엘 천사가 지금까지의 지위를 모두 내던지고 새롭게 인간으로 출발한 순간, 그동안 흑백으로 진행되던 화면은 컬러로 바뀌고(천사는 색깔을 볼 수 없는 건지), 새로운 삶에서의 설레임을 만끽합니다. 그 설레임은 탐욕이나 야망이 아닌, 인간의 삶에서 느낄 새로움과 경이로움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속물적인 인간의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경지로서, 세속적인 가치관이나 평가의 척도는 통하지 않을 수 않습니다. 

과연 천사는 인간 세계에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이것은 개인적인 궁금증이었습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 서커스 장면에서, 천사 마니엘은 서커스 단의 일원이 되어 밧줄을 조종합니다. 천정에는 애인이 줄타기 묘기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가장 비천한 일, "낮은 데로 임하소서"를 실천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화개살 패턴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 선택하여 종사하는 일들이 결코 화려함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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